‘알쓸신잡’이란 TV프로그램이 있다. 교양프로치곤 마니아층이 두터워 상당한 인기가 있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첫 방문지로 통영이 선택되었다. 연예 프로가 지향하는 첫 번째 요소는 시청률인데 그 척도는 바로 대중과 호흡하는 힘이다.
그 첫 테이프를 통영에서 끊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그만큼 우리 통영은 빼어난 풍광과 빛나는 역사와 문화를 지녔기에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관광이라기보다는 한국사와 예술사, 음식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라는 인식이 널리 공감대를 갖기 때문이다.
충무공과 그 후예들이 거쳐 간 300년 삼도수군통제영의 영향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한국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문인들에게 최고의 영향을 끼친 시인으로 알려진 백석이 세 번이나 찾아와 불멸의 명작을 썼고, 한국현대문학계의 거성들을 배출한 정지용이 찾아와 6편의 기행문을 남긴 곳도 통영이다.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으로 인해 꽃 피워진 통영국제음악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란 결실을 맺었다. 청마를 비롯한 예인들을 거론하자면 이 자리에서 다 열거할 수 없음은 통영시민이라면 다 아는 일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관광 1번지 도시로 명명되는데 손색없는 유산이 되었고, 나아가 2016년에는 아시아태평양관광진흥기구 총회를 개최하는 등 명실 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자랑스러운 사실들이 통영시민 모두에게 편리성과 풍요를 베풀었는가 하는 것에는 상당한 의문이 있다.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모든 시내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분들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고, 부단한 인내심을 갖게 했다. 진정한 행복 도시는 외부 관광객과 이곳을 지키며 사는 시민이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을 때에 완성된다.
현재 통영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인구의 감소는 결국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란 반증이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줄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핑계를 대어서도 안 되고,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통영 운운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시급하다.
현재 통영은 세 개의 도시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는 기존의 구 도심권, 둘째는 바다 건너 미륵권, 셋째는 죽림 신도시권 등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시급한 것은 죽림 신도시와 구도심의 극심한 양분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두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되 하나의 도심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 편리성의 첫째 과제가 아니겠는가. 필자는 오랫동안 이를 위한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 왔다. 또한 미륵권을 구도심과 연결시키는 것 역시 하나의 통영 만들기를 위해 강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언젠가 기회 있으면 그 과제를 공론화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수산도시 통영의 현재는 어떠한가? 미래를 향한 시간표는 제대로 그리고 있는가? 그 해답 역시 “아직은 아니올씨다.”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통영 수산은 늘 잡는 어업에 주력해 왔고, 몇 해 전부터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해 왔다.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차산업과 이차산업 이익의 편차는 너무도 크다. 잡고 기르는 어업에서 가공을 통한 어업으로 전환하여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가공공장을 통영에 유치한다면 생산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란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민 복지는 국고를 헐어 무조건 나눠주는 것이 아니고, 생산 이익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기초를 닦을 필요가 있는데 통영은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도시라 하겠다.
관광산업은 신이 주신 풍광과 과거의 빛나는 역사 위에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조화시켜 나갈 때 이룰 수 있다. 사람들은 변화에 민감하다. 신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금방 싫증을 낸다. 사천 여수 등에 케이블카가 신설되자 통영케이블카 손님이 주는 것이 한 예다. 루지도,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변화하지 않으면 손님의 기호를 맞추지 못한다.
다행한 것은 아직은 절망할 단계는 아니란 것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새로워지고자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결과를 낼 수 있는 곳이 통영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도시, 통영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 중심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아름다운 해안과 570개의 섬, 따뜻한 기후, 충무공으로 대변되는 역사, 한국현대사를 장식한 예술인들,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우리 지역을 좀 더 다듬고 가꿔간다면 분명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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